교도소에 있는 아버지
딸을 파라다이스모텔에 두고 떠나버린 엄마
공중전화에 매달려 받지않는 전화를 엄마에게 한없이 걸어보는 영서.
엄마가 돌아오지않아도 나는 이해해. 영영 돌아오지 않더라도 미워하지 않을 거야.29쪽
구름을 무지 좋아하는데도 힘들더라. 32쪽
웃으려고 애쓰는 얼굴이 안쓰러웠다.
미워하지 마요, 우리 엄마. 우리엄마 미워할 자격 나한테만 있어요. 59쪽
귀찮아도 함부로 지워버리지 않는 것. 눈에보이지 않아도 금세 잊어버리지 않는 것. 잊지않게 자꾸만 생각하는 것. 중요한 건 그런 일들이 아닐까 . 87쪽
그렇지만, 연말까지만. 지금부터 얼마되지않은 그 기간동안만이라도 가까이두면 어떨까. 못 본 척, 모르는 척만 하지 말고 집으로 데려와 머물게하면 .126쪽
내가 거기 있어야만 엄마가 돌아올 것 같아서. 아파서, 마음이 너무 아파서 더는 못 견디고 돌아오게 될 것 같아서. 엄마가 가르쳐 준 대로 고모네 집에 가 있으면……. 그럼 엄마 마음이 덜 아플 테고, 그러면 엄마 얼굴을 다시는 못 보게 될 것 같아서." 142쪽
세 살 때부터 엄마와 떨어져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며 살았다는 작가, '이 책 속의 영서는 또 다른 제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영서의 시점으로 글을 쓰면 몰입이 지나친 나머지 감정과잉으로 글을 망칠 것 같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곳저곳에 던져진 영서를 잠시 만난 다섯 사람의 시각으로 글은 전개된다. 함께 노을을 보았고 어디서든 구름을 보면 영서가 생각날 것 같은 사촌 연아, 자신의 삶이 버거워 빈 집에 홀로 두고 떠나버린 이모,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어 가상공간에라도 웃음을 달아 웹툰으로 생각을 붙드는 알바생 진교
며칠만이라도 함께 데리고 있고 싶지만 그냥파라다이스모텔에 영서를 두고 나오는 학교도서관 사서선생님
자기 부모의 이혼 문제가 세상의 가장 큰 비극인 학급친구 소라
이렇게 멀찍이 떨어져서 감정 드러날까 애써 달아나는 작가의 글에 오히려 유인되어 기어코 따라붙는 마음으로 , 웃을 듯 하면서 도 결코 웃지 못하는 영서가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에 책을 손에서 놓지못하고 그냥 몰입해서 단번에 읽어버린 책이다.
다 읽고 다시 표지를 보니 가방을 단단히 메고 걸어가는 영서의 뒷모습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꼭 안아주고 싶다.
이 모두는 영서에게 손을 뻗어주지 못했는데 엄마를 기다리며 머물던 파라다이스 모텔에 화재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본 12월 31일 밤.
너를 '읽는'순간이 너를 '잃는' 순간으로 흘러버리지 않도록 더 늦기 전에 손내밀어 주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으로 끝을 맺는다. 새해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