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 조안이혜(한국북큐레이터협회)

교육 및 연수

<나는 책으로 도망간다> 두 번째 이야기 - 조안이혜(한국북큐레이터협회)



<나는 책으로 도망간다>
두 번째 이야기 ‘누군가를 대한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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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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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영 선생님의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는 나무 의사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근무하신 작가의 경험을 통해 삶을 반추해 보는 책입니다.
안 읽어보셨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해드리는 책이기도 합니다.
거리에 심어져 있는 나무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하고, 그동안 알고 있던 생명체에 대한 의미를 재정의하는 동시에, 우리네 삶을 조심스레 들여다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책 곳곳에서 감탄을 마지않을 수 없습니다만, 오늘은 그중 일부를 조심스레 끄집어내어 선생님들께 소개하려 합니다.

천수천형 千樹千形. 천 가지 나무에 천 가지 모양이 있다는 뜻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가진 유일무이한 모양새는 매 순간을 생의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다. 수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무의 선택은 늘 '오늘'이었다.
-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저에게는 아홉 살, 다섯 살 된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막 태어났을 때 아이들은 유전자의 막대한 영향을 받고 누가 봐도 남매임을 알 수 있을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
지금도 두 아이가 걸어가면 누구든 두 아이가 남매임을 알아봅니다.
웃는 모습이며, 하얀 피부가 판박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두 아이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아홉 살인 아들은 매우 섬세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깥으로 표현하는 것은 많지 않아도, 그 안에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훨씬 예민합니다.
그래서 주변 분위기의 변화에 민감하고 이를 질서정연하게 따져 조목조목 설명해 내며, 말이 통하지 않으면 매우 난감해 하는 지극히 이성적인 아이입니다.
 

그에 반해 다섯 살 딸은 감정이 도드라집니다.
어떤 논리와 이론도 아이의 감정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비슷한 나이에 차분하게 말로 알려주면 알아듣던 아들과는 생판 다릅니다.
무엇보다 앞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인정해 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르침이든 지식이든 간에 모든 것들은 감정이 평안해진 후에 가능하지요.

이렇게 다른 두 아이가 어떻게 한 배 안에서 태어났을까 때때로 신기한 생각이 듭니다.
같은 유전자를 조합한 것인데도 어찌 이럴꼬 싶지요.

그런데 어디 저희 집 두 아이만 그럴까요?
심지어 쌍둥이 형제인데도 전혀 다른 성향과 외모를 가진 아이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책에서 말한 천수천형이 사람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누군가에게 어울리는 혹은 필요한 책을 권해준다는 것은 천수천형의 이들 중 단 한 사람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나이가 많건 적건 간에, 지금 우리 앞에 앉은 한 사람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면서도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선택과 시간의 누적에 따른 결과물입니다.
 

한국북큐레이터협회 김미정 회장님께서 자주 강조하시는 것 중 하나가 '스스로 독서'입니다.
책을 읽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아이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 아이가 책을 사랑하는 평생 독자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 북큐레이터의 역할 중 하나라고 그녀는 힘주어 말씀하십니다.

김미정 회장님의 말씀을 바꾸어 이야기하면, 책을 권하는 일을 포함한 모든 권유의 중심에는 상대방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 앞에 앉은 한 그루 작은 나무의 생김새를 요리조리 잘 뜯어보아 아이에게 필요한 이야기 하나를 살포시 건네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일인가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의 없이 동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의 시작은 아이를 잘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어찌 생겼는고, 참으로 곱구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줄 수 있는 마음이 근본이 될 것입니다.

다시 우종영 작가의 책으로 돌아가 봅니다.
 막 싹을 틔운 어린나무가 생장을 마다하는 이유는 땅속의 뿌리 때문이다. 작은 잎에서 만들어 낸 소량의 영양분을 자라는 데 쓰지 않고 오직 뿌리를 키우는 데 쓴다. 눈에 보이는 생장보다는 자기 안의 힘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어떤 고난이 닥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시기, 뿌리에 온 힘을 쏟는 시절을 '유형기'라고 한다.
나무는 유형기를 보내는 동안 바깥세상과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다. 따뜻한 햇볕이 아무리 유혹해도, 주변 나무들이 보란 듯이 쑥쑥 자라나도, 결코 하늘을 향해 몸집을 키우지 않는다. 땅속 어딘가에 있을 물길을 찾아 더 깊이 뿌리를 내릴 뿐이다. 그렇게 어두운 땅속에서 길을 트고 자리를 잡는 동안 실타래처럼 가는 뿌리는 튼튼하게 골격을 만들고 웬만한 가뭄은 너끈히 이겨 낼 근성을 갖춘다. 나무마다 다르지만 그렇게 보내는 유형기가 평균 잡아 5년. 나무는 유형기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하늘을 향해 줄기를 뻗기 시작한다.
짧지 않은 시간 뿌리에 힘을 쏟은 덕분에 세찬 바람과 폭우에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성목을 거듭나는 것이다.
-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아이들은 자신의 타고난 바에 따라 때로는 더딘 싹을 틔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책을 건성건성 듣고 있는 그 순간에도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음을 우리는 믿습니다.
아이들의 작은 발바닥 아래로 가늘지만 튼튼한 실타래 같은 뿌리가 아이 안 어딘가에 있을 지혜와 성장의 물길을 찾아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일 테니까요.
그러기에 어른인 우리는 한 아름으로도 안아지지 않는 동네 어귀의 느릅나무 같은 여여(如如) 함을 가져야 하겠2019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 해와 함께 지난한 유형기를 고이 보내고, 2020년에는 푸른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줄기를 뻗을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고대해 봅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 12. 28
작가 조안이혜 드림습니다.
 

https://band.us/band/53359673/post/926721128 

 

 


게시글 : 2020-01-02 / piaget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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