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에니어그램에 대한 강의를 듣고자 했을 때는 앞으로 만날 독자들과의 소통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작했었지만, [에니어그램을 활용한 북큐레이션] 수업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삶의 흐름 속에 많은 부분들이 풍화되고 용해되어 매우 애매해졌지만 20대 때의 나를 떠올리고 그보다 더 어린 시절을 더듬어보며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의 시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은 엉뚱한 아이였고, 간혹은 제멋대로이기도 했고, 상상의 세계와 현실의 경계가 약간 모호한데다 매우 낙천적이었고...... 그런 내 어린 기억들로 그저 어린 아이들은 다 그건게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낳은 아이를 키우며 나와 너무나 다른 모습에 이건 또 뭘까? 하는 오리무중에 빠졌었습니다. 정말 아쉽게도 그 오리무중을 헤매는 동안 내 아이는 쏜살같이 자라 어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네요.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좀 더 일찍 에니어그램을 만났더라면 우리는 더 재밌는 추억들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이제라도 다 나와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좀 더 이해의 폭이 넓어지겠지요?)

나는 머리유형에 속하는 타입 7형입니다. 고통을 회피하는 성향을 가진 '열정가'라고 합니다. 삶에서 재미의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요. 정말? 네. 맞습니다.

언젠가 은행 창구에서 일 때문에 상담 중에 직원이 물은 적이 있습니다.

"아유. 매일 정신없고 피곤하시겠어요?"

"아뇨~ 얼마나 재밌는데요~"

그 직원은 자신의 직업을 '재밌다'라고 하는 고객이 처음이라고 했어요. 다들 '그렇죠 뭐', '먹고 사는게 뭔지' 이런 식의 답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내 신조는 '이왕 사는 인생 재밌게 살자', '피할 수 없거든 즐기자. 신나게' 입니다.

<빨간 벽>은 강사님께서 소개하며 꼭 읽어보면 좋겠다 하셨던 책이랍니다. 빨간 벽 안에 있던 궁금증 많은 생쥐가 다른 친구들까지 빨간 벽 밖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야기였는데 읽을수록 매우 심오한 이야기였어요. 영화 '매트릭스' 같은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음모론자인 내 취향에 딱인 책입니다.

에니어그램 과정 중에 내 주변에는 없지만 매우 매력적인 유형이 생겼습니다.(물론 함께 강의를 듣던 분들은 극구 말리셨지만) 바로 가슴유형 중 타입 4형입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빈센트 반 고흐.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노란색 때문이었습니다. 20대 때 가장 좋아하는 색이 노랑, 바로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의 노랑색이었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나와는 참으로 상반되는 유형인 것 같은데 내가 갖지 않은 뭔가 매우 다른 에너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하나의 추천도서, <르 코르뷔지에>

내가 아는 건축가라 하면 '가우디'? 그리고 요즘 핫한 '유현준"? 정도? 하지만 우리의 삶이 인간다워질 수 있도록 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몰랐습니다. 현재와 같은 인간 중심의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르 코르뷔지에' 덕분이라고 합니다. 건축을 공부하는 막내의 설계관련 책을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높이, 너비, 길이 등등이 잔뜩 그려져있고, 써 있길래 물었습니다.

"이게 뭐니?"

"설계할 때 참고로하는 사람들 움직임의 범위를 칫수로 나타낸거예요."

"사람마다 다르잖아?"

"그래서 이건 평균값이예요."

바로 그 평균값을 만든 사람이 '르 코르뷔지에' 였습니다. 문고리의 위치, 계단의 높이, 창문의 크기, 편안한 의자 등등.

이 책은 머리유형 타입 5형에 속합니다. 책을 읽으며 '오우'~ 이런 생각을? 멋진데? 배우고 싶다! '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니어그램을 활용한 북큐레이션 수업은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다가 아니었던, '나'를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나에게서 다른 '너' 에게로 시선을 돌려야 하겠지요? 앞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떤 것들을 발견해 나갈지 무척 흥미진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