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안이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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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으로 도망간다 4> - 조안이혜


<나는 책으로 도망간다>
네 번째 이야기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가르쳐야 하는가?'
- 1탄. 교육은 과연 정의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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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Educated』,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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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컬럼에서 들여다 본 『트렌드 코리아 2020』(김난도 외)에서 책은 우리에게 질문했습니다.
나는 누구이고, 나다움은 또 무엇이냐고.

명상이 유행을 하고, 취미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것이 트렌드가 된 지금, 역설적이게도 스스로를 알지 못하는 다수는 지금의 이러한 분위기에 더욱 고립될 수 밖에 없습니다.
'나'라는 유기물을 정의하는 것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고뇌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AI와 로봇에 대한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나를 발견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정말 우리가 그럴 필요가 있는 걸까요?

오늘 그 답을 해줄 책을 소개합니다.
나를 찾아가는 지난하고 격렬한 여정을 소개한 책, 타라 웨스트오버의 자전적 에세이 『배움의 발견 Educated』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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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역사를 쓰는가?

이 책의 저자인 타라 웨스트오버는 독실한 모르몬교 신앙자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일곱 남매 중 막내딸입니다.
타라의 아버지는 공교육을 비롯한 모든 정부로부터의 지원을 거부했습니다.
필요한 지식과 지혜는 성경에, 하고자 하는 일은 신이 하시는 일이라고 믿었던 그녀의 아버지로 인해, 그녀는 16년간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벅스피크의 산과 아버지의 폐철처리장을 세상이라 믿고 자랐습니다.
다른 여섯 형제 중 맏이였던 오빠 숀은 오랜 시간 그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사과하기를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는 그런 그녀와 그녀의 오빠를 방관했지요.
뿐만 아니라, 그녀는 화장을 하는 여느 또래 여자 아이들을 창녀라 여기도록 교육 받았고, 통조림을 만들고 총을 구매하며 곧 닥칠거라 믿은 주정부 요원들과 세상의 종말에 대비했지요.

그녀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준 첫 메신저는 그녀의 셋째 오빠 타일러였습니다.
타일러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려주었고, 이후 그녀에게 대학 입학의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
그녀는 결국 대학에 입학했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세계가 얼마나 편협하고 조악했는가를 확인하고 깊이 절망합니다.
그때까지 그녀가 알고 있던 지식은 아버지의 시선에 의하여 편집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대학이라는 지식의 데이터베이스 한 가운데에서 그 나머지를 채워넣거나 모르는 지식을 새롭게 배워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고, 기존의 잘못된 지식을 갈아엎는 것은 더 큰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게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녀는 비로소 자신에게 부재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이후 진짜 타라 웨스트오버가 되어 벅스피크로 돌아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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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울타리는 과연 정의로운가?


"삶을 이루는 모든 결정들, 사람들이 함께 또는 홀로 내리는 결정들이 모두 합쳐져서 하나하나의 사건이 생기는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모래알들이 한데 뭉쳐 퇴적층을 만들고 바위가 되듯이."
- 『배움의 발견 Educated』, 타라 웨스트오버

교육에서 '시간'을 제외한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단 한 번의 인사이트나 한 눈에 들어온 획기적인 발견을 통해 교육이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 있느냐는 물음에 저는 다소 회의적입니다.

타라가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모든 '앎'이란 경험의 누적입니다.
알고, 경험하고, 기억하는 것들이 뭉쳐지면 그것은 바위처럼 단단한 그 어떤 것, 지식이나 기술 혹은 지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라는 흐름을 거치며 누적된 경험들은 기억에 의존하여 일정한 방향성을 갖게 되는데, 그것이 가치관이나 성향이 되고, 또 말, 행동, 생각 등을 통해 성격이라는 이름으로 발현됩니다.

타라는 책의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매일의 순환, 계절의 순환.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는 듯했지만 순환의 원이 완성되고 난 뒤 돌아보면 아무것도 변화한 것이 없었다. 나는 우리 가족도 이 불멸의 패턴의 일부고,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도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다."
- 『배움의 발견 Educated』, 타라 웨스트오버

그녀는 후에 스스로 알게 됩니다.
그녀가 전부라고 믿었던 세상을 알려준 그녀의 아버지는 편집증, 조증, 과대망상과 피해망상에 평생 시달려 온 것임을.

어린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부모가 교육이라고 일컬은 울타리를 안전한 것이라 신뢰했고, 그 안에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그녀가 사회에 나와 알게 된 진실은, 그녀의 울타리는 허술했고 극단적이었으며 진실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앎의 댓가는 혹독했습니다.
이는 오로지 그녀의 몫이었고, 제법 긴 시간을 혼돈과 공허 속에 헤매여야 했어요.
그리고, 그녀의 여섯 형제 중 일부는 지금도 여전히 그 울타리를 신뢰하며 살고 있습니다.
울타리를 벗어나면 엄청난 재앙이 일어날 것처럼 말이지요.
그녀는 그녀가 받았던 교육을 순환이라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환의 원이 완성되고 나면 자신을 비롯한 가족은 모두 그 패턴의 일부가 되어버린다고 했죠.
저는 이 구절을 읽고 무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사계절을 의심하지 않듯 처음 어떤 교육의 순환에 속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그 패턴에 소속되어 버립니다.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말입니다.
교육이라는 시스템은 패턴을 정당화하고, 의심할 수 없도록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사람을 위한 교육이 있는 것이 아닌, 교육을 위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때까지 평생 내 본능이 주장하는 것은 단 한 가지였다. 나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 생존 확률을 높이는 길이라는 것."
- 『배움의 발견 Educated』, 타라 웨스트오버


그녀는 자신의 본능을 믿어야 했다 했습니다.
그래야 살 수 있다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그녀의 믿음에는 눈에 띄지 않는 진실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본능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고, 그것을 믿을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는 매우 어려운 현실 말입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동안 우리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과연 진실되고 정의로운 것이었을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 뉴스만 열면 서로 다른 진실이 충돌하는 모습을 우리는 쉽게 목도할 수 있습니다.
그 중 진정 진실하고 정의로운 것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기준은 어느 곳으로부터 기인한 것일까요?
진실하고 정의롭다는 것은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의미하는 걸까요?
https://band.us/band/53359673/post/92672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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