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분샤 서점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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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분샤 서점 방문기


교토의 이치조지, 동네를 가로지르는 철길을 따라 걸어가면 그 길을 걷는 목적이 꼭 케이분샤에 가는 것만은 아닌 생각이 들게 된다.
 
지붕 낮은 집들이 자리한 이웃, 그들의 적당한 거리감에는 오히려 소박한 삶을 보듬어 주는 따뜻함이 골목 어귀마다 놓여 있다. 여기에서 여행자는 낯익지 않은 안식을 맛보게 된다.
 
실내를 가득 메운 짙은 브라운 색 서가의 미소 때문이었을까, 케이분샤를 들어서자 느껴져 오는 편안함이 여행자의 피곤함을 먼저 달래주었다.


 
케이분샤는 2010년에 영국 가디언 지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방 TOP 10’ 중의 한 곳이라고 한다. 그 명성답게 오랜 전통으로 묵직해진 클래식한 고급스러움은 또 한 번 여행자의 마음을 토닥여주었다.


한가했던 골목길과는 달리 서점 안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마도 나와 같은 여행자들이 대부분일 게다.) 짧디 짧은 그들의 말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허락을 얻어내고, 되도록 사람이 없는 코너를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아쉬운 내 마음이 카메라에 담겼는지 찍은 사진을 보니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어쩔 수 없다.



 
왜, 가디언 지는 케이분샤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방의 하나로 선택했을까? 이곳저곳을 둘러볼 때 머릿속을 맴돌았던 의문이었다.

어쩌면 케이분샤의 겉모습은 다른 서점과 크게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공간에 맞춘 서가 배치와 디스플레이가 그러하고, 짙은 갈색에서 느껴지는 클래식한 분위기는 누구에게나 호감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결론은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본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 정도의 변변찮은 사람도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느꼈을 정도라면 그 분야를 망라하는 전문가들은
그 느낌을 단박에 알아차렸을 것 같았다.

케이분샤를 아름다운 책방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존중과 배려의 공간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오래된 묵직함은 친절함과 친근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공간의 특징에 맞춘 정성들인 디스플레이는 그 책을 쓴 작가에 대한 예우이자 존중을 느끼게 했다.

책으로 엮은 저자의 삶과 생각을 극진히 대접하듯 도서들을 진열한, 그 도서에 마침표를 찍어줄 독자들 또한 그 책의 저자 못지않은 존중함으로 맞아주는 책방지기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아마도 케이분샤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였을까, 그 곳에서 잠깐을 서성인 나는 그 시간만큼은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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