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및 북큐레이션 연구회 활동을 소개합니다.
부부가 같은 방향을 가지고, 서로 지지한다는것! 그것만큼 부러운관계가 있을까싶다.
이런마음 역시 심리처방을 받아야하는건 아닐지...
출근길에 나누는 사유의 성찬이라고 칭하며, 정혜신, 이명신 두분이 나눈 결과물을 <홀가분>이라는 책에 담았다.
홀가분이라는 그 의미만으로도 이책의 글들 하나하나가 가볍고, 편안한 마음의 안정과 위로를 준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는듯하다.
"홀가분하다
거추장스럽지 아니하고 가볍고 편안하다.
다루기가 만만하여 대수롭지 아니하다."
이책에는 다섯가지 처방전이 나와있다. 그 처방전만으로도 힘을 얻는기분이랄까? 조건없이 이유없이 그래도, 나를 더 사랑하고, 아프고 힘들수록 토닥토닥 다독다독 내 마음을 쓰다듬고 보듬고, 나의 결대로 나의 호흡대로 언제나 당신이 옳다고 이야기한다.
행복한 마주보기, 건강한 거리두기로 때로는 서로 어깨를 맞대고, 가장뒤늦게 가장아프게 배우는깨달음이긴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나라고..
이 다섯가지 처방을 통해 나를 다시한번 만나고 싶다.
내마음을 마주하고, 쓰다듬어주고 싶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인정하고 존경하는 짝꿍의 제 마음속 이름은 '느티나무'입니다. 시인 이원규가 속도라는 시에서 노래한 바로 그 느티나무입니다. 이원규 시인의 상상은 이렇게 펼쳐집니다.
......
생각한다 왜 백 미터 늦게 달리기는 없을까
만약 느티나무가 출전한다면
출발선에 슬슬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가
한 오백 년 뒤 저의 푸른 그림자로
아예 골인 지점을 지워버릴 것이다
그는 시 속의 느티나무와 꼭 닮았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 느티나무는 자신이 슬슬뿌리를 내리고 있는 줄 잘 모릅니다. 혹시 잔뿌리조차 내리지 못한 채 고사(枯死)하고 있는 게 아닐까, 늘 스스로를 의심합니다.
저는 그때마다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불안해하는 아이의 등을 쓰다듬듯 그를 다독입니다. 골인 지점을 아예 지워버릴 수 있을 만큼 특별한 힘을 가진 자신의 '존재감'을 잘 알아차릴 수 있도록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주변에 출발선 주위에서만 어슬렁거리는 것처럼 보여 답답한 이가 있다면, 그가 혹시 느티나무일지도 모릅니다. 자기 몸에 배인 속도의 잣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느티나무의 푸른 그림자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큰 바위 얼굴에 등장하는 소년처럼 당신이 바로 그 느티나무일지도 모르지요.253~254p 느티나무는 슬슬 뿌리를 내린다.